세상을 향한 알파고, 세계 최정상 바둑기사 이세돌 九단을 만나다

세상을 향해 걸어가는 알파고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이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10의 170승이라는 경우의 수를 가진 바둑에서 인공 지능의 연산 능력이 이세돌 9단을 압도하며 2연승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중국계 유럽 챔피온 판후이 2단이 5대 0으로 패하면서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컴퓨터 알파고가 가능성을 보였고, 세계 바둑계를 대표하는 이세돌 9단과 대결을 하면서 주목되었습니다. 현존 최고의 프로 바둑 기사로써 많은 사람들은 이세돌 9단이 승리할 것으로 예측하며 기대를 모았지만, 1,202개의 CPU가 탑재된 알파고가 승리하면서 좌절감을 느끼게 했습니다.

 

 

인간 지능 vs 인공 지능

 

가장 이목을 집중 시킨 것은 역시 인간 지능과 인공 지능의 대결입니다. 가로 19줄, 세로 19줄로 이뤄진 바둑판 위 361칸에 흑돌과 백돌이 한 수 한 수 놓이면서 더 많은 집을 짓는 돌이 승리하게 되는 바둑은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이며 한 수 한 수 신중하게 놓이게 됩니다. 그래서 수 많은 경우의 수를 예측하면서 두뇌 싸움을 합니다. 더불어 바둑의 역사 속에서 함께 하고 있는 기보는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고, 현재도 새로운 기보는 계속해서 생성되고 있습니다. 돌을 놓는 순서에 따라 형세가 변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바둑 판 위에서 인간의 지능은 계속해서 선택을 하게 되고, 그 선택이 집을 짓는 상황과 버려야 하는 상황이 동시에 오게 됩니다.

 

 

 (출처=구글 딥마인드 유튜브 영상 캡처)

 

그렇다면 인공 지능은 어떨까요? 지난 1국과 2국에서 드러난 알파고의 기보를 보면 예측할 수 없는 수들이 두고 있습니다. 악수라 예상되었던 수는 후반부에서 유용하게 쓰이면서 이세돌 9단을 혼란스럽게 했습니다. 보는 이들에게도 그 수는 악수로 여기게 했지만, 컴퓨터에게 그 수는 실리를 위한 묘수였던 것입니다. 형세 전체를 보고 한 수를 둔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는 바둑 판만 보고 얘기했을 때입니다. 컴퓨터 자체로 접근하여 두뇌 역할을 하는 시선으로 분석해 보면 알파고는 1,200여 개의 중앙처리장치를 사용하여 이세돌 9단과 맞서고 있습니다. 사람으로 치면 1,200여 개의 뇌가 움직인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바둑 프로그램과의 대결에서는 CPU48개를 사용했으며, 판후이 2단과의 대국 때처럼 이를 25배 늘려서 대결을 하게 된 것입니다. 1,200여 개의 CPU 속에 저장된 방대한 양의 데이터로 최적의 수를 찾아내고 있습니다.

 

 

 

인공 지능이 가져올 미래? 매트릭스

 

이세돌 9단과 바둑대결을 펼치는 알파고의 등장은 바둑을 두는 인간을 모방하는 게 아니라 인간을 이기기 위해 최적의 수를 찾아 내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바둑을 통해 안정성과 정확성을 테스트 하기 위함이며, 현존 세계 최고의 프로 바둑 기사를 상대로 알파고의 성능을 시험하는 것입니다. 이런 테스트를 통해 알파고가 가져올 변화에 주목하게 됩니다. 앞서 체스 챔피언을 이겼던 딥블루의 경우 다른 산업 분야에 적용하는 것은 어렵다고 합니다. 하지만 범용성을 가진 알파고를 활용할 경우 의료 데이터를 학습해 치료 방법을 알려주고, 잡다한 일을 하는 가정용 로봇도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이미 알파고가 '맞춤형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영국 국립보건국과 협업을 시작했으며, 다른 여러 산업으로 확장해 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출처=네이버영화 '매트릭스

 

 

여러 가지로 사회 전반적인 부분을 인공 지능을 가진 컴퓨터가 대체하면서 유익한 생활을 이끌어 올 것으로 기대됩니다. 하지만 인공두뇌를 가진 컴퓨터가 사회 전반에 대체되었을 때 우리에게 가져올 미래에 대하여 막연한 두려움도 있습니다. 1,999년 첫 시리즈를 선보였던 영화 '매트릭스'는 2,199년을 배경으로 인공 두뇌를 가진 컴퓨터가 지배하는 세계를 그리고 있습니다. 인간들은 태어나자마자 그들이 만들어낸 인공 자궁 안에 갇혀 AI의 생명 연장을 위한 에너지로 사용되고, AI에 의해 뇌세포에 매트릭스라는 프로그램을 입력 당하게 됩니다. 그리고 내용은 1,999년 가상 현실에서 인간들은 매트릭스의 프로그램에 따라 평생 1,999년의 가상 현실을 살아간다는 이야기입니다.

 

 

 

(출처=네이버영화 '매트릭스)

 

 

 

알파고가 현존 세계 최고의 프로 바둑 기사 이세돌 9단을 2국까지 제압하면서 17년 전 찾아왔던 이 영화가 현실 앞으로 다가왔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현재 우리는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통해 수 많은 정보를 습득하고, 검색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구글이 갖고 있는 검색 엔진을 통해 우리는 수 많은 정보를 그들에게 제공하고 있으며, 제공 받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은 영화 '매트릭스' 세계로 접근해 가는 거대한 사건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기풍과 기력? 알파고에겐 과부하만 있을 뿐

 

알파고의 등장은 실로 놀랍기만 합니다. 오로지 바둑 만큼은 컴퓨터가 사람을 이길 수 없는 영역으로 생각했기에 더욱 놀랍습니다. 그리고 인공지능을 지닌 컴퓨터 알파고가 현존하는 세계 최고 프로 바둑 기사와 바둑을 하는 것은 즐겁습니다. 그러나 바둑을 두는 이세돌 9단은 즐겁지 않을 것입니다. 판후이 2단이 지난 10월 알파고와의 대국에 대하여 '아주 강한 기사와 바둑을 두는 느낌'이었다고 소감을 내놨습니다. 또한 '대국을 할수록 알파고가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 완전체 같다는 느낌을 받았고, 이는 커다란 압박으로 작용했다'고 했습니다. 이는 현재 이세돌 9단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상대는 방대한 량의 기보를 습득하고 있는 초절정의 고수입니다. 이세돌 9단이 한 수 한 수 둘 때마다 최적의 수를 두기 위해 계산을 하게 되고, 이는 바둑판 형세가 진행될 수록 정확도가 올라갑니다. 시간이 흐를 수록 이세돌 9단은 더 많고, 복잡한 수 싸움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오고, 알파고는 최적의 수를 보다 정확하게 찾아내게 됩니다. 그래서 실수를 하지 않는 알파고를 상대하는 이세돌 9단은 커다란 중압감을 맞이 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세돌 9단이 결정적인 수를 두었다고 해도 결국엔 알파고는 최적의 수를 찾아내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세돌 9단도 최고의 수를 두지만 대국에 따라 네 시간이 넘는 대국 시간동안 체력과 집중력에서 알파고를 이길 수 있을까요?

 

 

 

 (출처=네이버영화 '매트릭스')

 

바로 여기서 우리는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바둑의 묘미를 느끼게 합니다. 361칸의 바둑 판 위에서 최고의 수를 두어야 하는 대국을 통해 인간은 기력과 기풍을 갖고 자신만의 색채를 입게 됩니다. 이세돌 9단 역시 프로입단 후 20여 년간 쌓아온 대국을 통해 자신만의 기력과 기풍으로 세계 최고 프로 바둑 기사 반열에 올랐습니다. 세계 최고 프로 바둑 기사라는 점에서 이세돌 9단은 1,200여 개의 CPU를 가진 컴퓨터와 상대하고 있습니다. 사람을 빗대어 말하면 1,200여 개의 두뇌와 싸우고 있다는 것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상대는 인공지능 컴퓨터로써 최적의 수를 찾아냅니다. 고로 이기는 수를 두는 것이지만, 바둑을 처음 하는 사람 아니, 오목을 두는 상대와 바둑을 할 때도 알파고는 최적의 수를 두기 위해 계산을 할 것입니다. 따라 수를 찾아 내기 위해 체력적인 소모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단지 시스템적인 과부하가 걸릴 뿐입니다. 아마도 구글은 여기서 한 가지 테스트를 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인류 최고의 바둑 기사가 두는 수에 AI는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알파고를 움직이게 하는 컴퓨터 시스템은 안정적으로 돌아갈 것인가? 대략 이런 점을 테스트해 보고 싶었을 것입니다.

 

 

(출처=네이버영화 '매트릭스3-레볼루션')

 

 

그렇기에 인공지능과 인간지능이 펼치는 대결은 보는 이에게 흥미롭습니다. 또한 앞으로 맞이하게 될 인공지능 로봇들의 세상에 있어 이번 이세돌 9단과의 대결이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남을 것이라는 점이 승패를 떠나 설렘과 떨림으로 찾아옵니다. 더불어 현재 2국이 벌어진 상황에서 이세돌 9단이 희생냥이라는 말들이 오가고 있습니다. 남은 3국에서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는 알 수 없으나 기풍과 기력이 없는 알파고가 과부하 걸리는 모습을 한 번 정도는 보고 싶습니다.

 

 

보이지 않는 그림자, 기풍과 기력이 전해지다. '신의 한 수'

 

흔히 바둑 판 위에서 결정적인 한 수를 두는 것을 '신의 한 수'라 합니다. 상대를 옴짝달짝 못하게 하는 기가 막힌 수를 일컫는 말입니다. 알파고 역시 지난 2국 동안 이세돌 9단을 당황케 하는 수를 두면서 승기를 잡아갔습니다.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수를 두면서 한 켠에서는 인간 바둑에서는 볼 수 없는 수라는 평도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런 말들이 오가는 것을 보며, 어렸을 적 보았던 '고스트 바둑 왕'이라는 만화 책이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신의 한 수'라는 표현이 잘 어울렸던 만화 책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영화를 주목하게 합니다.

 

 

(출처=네이버 영화 '신의 한 수')

 

 

정우성, 이범수, 안성기 주연의 '신의 한 수'입니다. 앞어 언급했듯이 프로 바둑 기사에게는 기풍과 기력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서로가 바둑을 두면서 바둑 판 위에서 느껴지는 두 사람의 기 싸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서로의 장점과 단점, 그리고 바둑을 두는 스타일 등이 고스란이 느껴지곤 합니다. 이런 모습들을 고스란히 느끼게 해주는 것이 바로 영화 '신의 한 수'입니다. 프로 바둑기사 태석은 내기바둑판에서 살수 팀의 음모에 의해 형을 잃고, 살인누명으로 교도소를 가게 됩니다. 그곳에서 옆 방에 있는 절대 고수와 벽을 마주하며 바둑을 두고, 몇 년 후 살수와의 대결을 위해 전국의 내로라하는 선수들을 모읍니다. 그리고 각자의 복수와 마지막 한판 승부를 위해 태석, 주님, 꽁수, 허목수는 승부수를 띄울 판을 잡니다. 단 한 번이라도 지면 절대 살려두지 않는 악명 높은 살수 팀을 향한 계획된 승부가 시작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주님이 그림자 역할을 하고 꽁수가 내기 바둑 현장에서 승승장구하자 선수를 만나게 됩니다. 선수와의 싸움에서도 승승장구하자 선수는 왕사범을 끌여들여 거액의 한 판 대결을 합니다.

 

 

 

꽁수와 선수의 대결이 펼쳐지고, 그림자로 나선 왕사범과 주님이 서로의 바둑을 알아봅니다. 바로 바둑을 두는 기풍과 기력이 서로에게 전달되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인생, '스톤'

 

흔히 바둑을 인생의 축소판이라는 표현을 자주 하게 됩니다. 화점과 소목, 우상귀, 좌상귀, 우변, 좌변 등등 포석을 장악하고, 천원(중앙)을 향해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행보는 정석이라는 말로 풀이를 하며, 싸움이 붙기 전 집의 형세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포석이라 합니다. 균형된 포석은 서로의 기력을 판단하고, 기풍으로 맞서기 위해 초석을 다지는 과정을 뜻합니다. 이런 과정은 우리 인생에서도 중요하게 표현되곤 하는데 영화 '스톤'에서 프로기사의 꿈을 접고, 내기 바둑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천재 아마추어 바둑기사 민수가 세상에 눈을 떠가는 과정들에서 바둑이 맞물리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조직 보스 '남해'의 바둑 선생이 되면서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게 된 민수는 남해에게 인생이 바둑이라면 첫 수부터 다시 두고 싶다는 말을 듣습니다.

 

 

(출처=네이버 영화 '스톤')

 

 

그리고 민수는 남해에게 바둑을 가르치면서 인생을 배워가지만, 남해의 권유로 민수는 다시금 프로 입단 시험을 준비하면서 조직을 떠날 준비를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건설 용역에 뛰어든 남해는 결정적 한 수 앞에 예상치 못한 위험을 맞이합니다. 바둑판을 상징하는 361개의 선택점에서 형세를 이뤄가는 모습을 담아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바둑을 통해 인생이라는 큰 틀을 표현해 낼 수 있습니다.

 

 

 (출처=구글 딥마인드 유튜브 영상 캡처)

 

 

현재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바둑 대국에서 알파고를 상대하고 있는 이세돌 9단이 기력으로 밀린다는 생각에 큰 좌절감을 안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좌절감 속에서도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 개발자와 프로 바둑 기사로써 세계 최정상에 오른 이세돌 9단에게 존경심을 표하게 되며, 세상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알파고가 올바른 포석이 되길 희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