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호의 Mistake, '봉이 김선달' 기대가 컸던 만큼

기대가 컸던 만큼

 

 

극장에 상영한 한국영화는 안 까는게 원칙인데 머리가 너무 아파서 적어봅니다. 7월 6일! 그러니깐 이거 예고편 보고, 보고 싶다는 생각 많이 들어 개봉하자 마자 보고 왔는데 왜 봤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있습니다. '봉이 김선달' 구전 처럼 내러 오는 이 좋은 소재를 이렇게 망쳐 놓다니 왜... 왜... 캐스팅을 이렇게 하고 만 것인지.... 머리가 너무 아픕니다. 일단 주인공이 유승호인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입니다. 드라마도 재미있게 봤고, 10여 년 전에 저예산으로 만든 '집으로'에서 귀엽고, 당돌한 아역 배우의 모습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군대도 미루지 않고, 제 나이에 다녀 온 것을 보니 기특합니다. 근데 솔까 이번 '봉이 김선달'은 선택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물론 만든 사람이 잘못이겠죠? 감독이 '박대민', 이 분 '그림자 살인' 연출에 각본까지 쓰신 분인데 저 '그림자 살인' 재미있게 봤거든요. 근데 이번 '봉이 김선달'은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큽니다.

 

 

 

(네이버 영화 '봉이 김선달')

 

 

조금 더 능청스럽고, 능글 맞았다면... 

 

제일 큰 실수는 역시 주인공 캐스팅. 유승호를 캐스팅한 것이 잘못이라 생각됩니다. 이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 떠오르는 한편의 영화가 있습니다. '각시 투구 꽃의 비밀', 제가 김명민이라는 배우를 좋아하고, 영화도 재미있게 봐서 그런지도 모릅니다. 시리즈 1에서 배를 타고 떠나는 모습, 영화를 보신 분들은 기억하고 있을 것입니다. 개봉한 영화 '봉이 김선달' 역시 극의 반전을 이끌어 내면서 극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했습니다. 그리고 말을 타고 달리는 모습에서 왜... 사건이 해결되었다는 쾌감이 없었던 것일까요?

 

 

그 이유는 아무래도 감정 이입의 문제였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했던 한 가지가 있다면 '봉이 김선달'이라는 인물이 조금 더 능청스럽고, 능글 맞았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재치와 끼를 간직하고 있으나 내면에서 나오는 아우라는 부족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성대련(조재현)을 속이기 위해 서예지에게 다가가는 연기가 왜... 능청스럽지 않고, 순수하게 보였을까요?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네이버 영화 '봉이 김선달')

 

 

분명 거짓으로 다가가는 것인데 거짓으로 보이지 않고, 진심으로 다가가는 모습이 연기라고 하기엔 너무나 진솔하게 보여졌습니다. 그리고 초반 극의 인물과 상황 등을 소개하는 30분의 런닝 타임! 청으로 끌려간 조선인들이 청나라와 명나라 간의 전쟁에서 화살받이로 시작되면서 김인홍이 보원 (고창석)과 견이(시우민)가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덤으로 살아남은 인생을 즐기면서 살아가자는 마음으로 전국방방곡곡에서 사기행각을 벌입니다.

 

 

 

(네이버 영화 '봉이 김선달')

 

 

기대가 컸을 뿐, 나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보여졌던 김선달의 모습이 천진난만하게 보여지면서 이 영화를 기대했던 방향과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극 초반부터 아쉬움을 가지면서 영화를 봤는데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 영화가 제 나이 또래에 맞지 않을 수 있으나, 10대와 20대 초 중반이 가볍게 즐기면서 볼 수 있는 영화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여기에는 역시나 배우 유승호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네이버 영화 '봉이 김선달')

 

 

제가 처음 생각했던 '봉이 김선달'의 모습은 '구르믈 벗어난 달처럼'이라는 영화처럼 칼이 휘날리는 액션은 아니어도, 화려한 입담과 상황을 풀어가면서 짜릿한 쾌감을 줄 것이라 생각했기에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관점으로 해석해 보면 천진난만한 김선달이 간신 관료에게 통쾌하게 복수한다는 플롯으로 바라볼 수 있어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대학생들이 친구와 가볍게 보기에 좋은 영화라 생각해 봅니다.

 

 

 

 

(네이버 영화 '봉이 김선달')

 

 

소득은 있다

 

사실 이 영화를 보고 주인공 역을 맡은 배우에 대해 적었지만, 연기를 못한 것이 아니라 배우가 생각했던 김선달과 구전처럼 내려오는 '봉이 김선달'에 대한 괴리감이 컸기 때문에 실망도 크게 오는 듯합니다. 그렇기에 그 모든 책임은 주인공에게 쏠리기 마련인데요. 포인트가 유승호에게 마추어졌으나 이 영화에는 이러한 감상평을 예감이라도 한 듯 탄탄한 장치를 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주변 배우들의 등장입니다. 유승호와 케미를 자랑하며 웃음을 자극하는 배우로 고창석이 '보원' 역으로 함께 하고 있습니다. 첫 등장부터 웃음을 자극하는 재치있는 연기로 알토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으며, 영화가 끝나는 순간까지 이를 놓치지 않게 하면서 특유의 코미디 장르를 완성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라미란이 함께 하면서 소소한 웃음에 동참해 줍니다.

 

 

 

 

(네이버 영화 '봉이 김선달')

 

 

그리고 극이 심플하게 흘러가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로 조재현의 존재가 있습니다. '성대련'이라는 악역으로 등장하고 있으며, 그의 존재는 영화를 전체적으로 중후하게 만듭니다. 첫 장면에서 말을 타고 등장하는 그의 모습은 카메라를 밑에서 위로 찍으면서 위엄 있고, 거대한 느낌을 줍니다. 이러한 그의 등장은 가볍게 흘러갈 것 같은 영화의 전체 흐름을 바꾸어 줍니다. 영화 중반 김인홍이 10만냥에 이르는 담파귀를 빼돌린 후 불태우고, 견이가 죽으면서 김인홍은 성대련에게 대동강을 팔기 위해 사기 행각을 벌입니다.

 

이 과정에서 극의 반전이 일어나고, 최후를 맞이할 때까지 한 순간도 긴장을 놓치지 않게 해 주는 인물이 바로 성대련 역을 맡은 조재현이었습니다. 오랫동안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서 보여주었던 그의 연기가 영화의 맛을 살렸다 봅니다.

 

 

(봉이 김선달 예매티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