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열린 엔딩 '독전', 확장판도 이선생은 궁금하다

 

 

 

한국 판 마약전쟁 '독전' (Believer, 2018)

 

 

아시아 최대 마약 조직, 실체 없는 적을 추적하는 이 영화는 2013년 개봉한 홍콩 영화 '마약전쟁'을 리메이크 했죠. 의문의 폭발 사고 후, 오랫동안 마약 조직을 추적해온 형사 '원호'(조진웅)의 앞에 조직의 후견인 '오연옥'(김성령)과 버림받은 조직원 '락'(류준열)이 나타나요. 그들의 도움으로 아시아 마약 시장의 거물 '진하림'(김주혁)과 조직의 숨겨진 인물 '브라이언'(차승원)을 만나게 되면서 그 실체에 대한 결정적 단서를 잡게 되는데요.... 끝까지 의심하라! 독한 자들의 전쟁이 시작된다! '독전'

 

 

'독전'의 사전적 의미는 싸움을 감독하고 사기를 북돋워 주는 것. 사전적 의미를 품고 엔딩을 찍어서 그런 것일까요? 이해영 감독은 열린 결말로 '독전'의 엔딩을 맞이했어요. 마지막 총성을 울리는 순간. 그 총은 누구를 향한 것일까? 누가 살아남고, 누구 최후를 맞이한 것일까? 갖가지 의문과 해석의 여기를 남기고 있답니다. 홍콩 느와르 영화 '마약전쟁'을 원작으로 하는 한국 영화 '독전' 샅샅히는 아니고, 살짝 짚어 봐요.

 

 

 

(출처: 네이버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출처: 네이버 영화 '하이힐')

 

 

 

비가 오면 생각나는 이 기분 어쩔?!

 

 

일단 이 영화의 개봉 시기는 2018년 5월 22일. 5월 말부터 6월 말. 한 달 간 국내 스크린 시장은 몇 해 전부터 느와르를 표방하는 한국 영화들이 개봉하였죠. 2014년 6월 차승원 주연의 '하이힐', 장동건 주연의 '우는 남자', 솔까 오리지날 느와르를 벗어나, 장마철을 앞두고 찾아오는 암산한 기분을 말해 주는 작품이라 표현하는 것이 맞을 듯한데요. 어두운 톤의 영상미를 뿜어내며 잔잔한 여운을 가져 오는 작품들이 다수 있었답니다. 아가씨, 악녀, 악평을 받은 리얼 역시 어두운 톤의 영상 미를 드러내었죠. 영상미 뿐 아니라 스토리 부분에서도 스릴이나 서스펜스를 드러내는 영화들이 다수 있었는데 2017년 개봉 영화 하루, 올 개봉영화 마녀 등도 이에 속하며, 탐정:리턴즈 역시 코미디와 범죄가 어우러지면서 서스펜스가 가미된 부분을 주입했습니다. 계절의 영향을 받아 전체 혹은 일부가 영화의 깊이와 기분을 반영하고 있었죠. 그렇다면 '독전'은?

 

 

 

(출처: 네이버 영화 '독전')

 

이해영 감독의 필모그래프를 쫓아 옛날로 돌아가서 2001년6월 21일 개봉한 영화 '신라의 달밤', 일등급 깡패와 조폭급 선생의 이야기를 다뤘던 이 영화에서 그는 원안으로 참여한 것으로 추측되죠. 그가 참여하였고,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된 첫 번째 영화. 물론 알려지지 않고 단편으로 된 영화들은 더 많겠죠. 하지만 이 대목에서 주목해야할 점. 서로 다른 직업을 가진 이들이 뭉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에서 웃음과 스릴이 함께 등장하게 되죠. 너무 먼 얘기인 듯하니 그의 필모그래피를 쫓아 시대를 거슬러 오르면 품행제로, 아라한 장풍대작전, 천하장사 마돈나와 같은 영화들을 볼 수 있어요. 하지만 오늘 이야기를 꺼낼 것은 느와르와 함께 엄습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영화들로, 다소 어둡고, 쓸쓸함이 어울리는 6월 영화들로 찾아봐요. 그래서 발견한 영화가 '경성학교:사라진 소녀들' 미스터리 작품

 

 

 

(출처: 네이버 영화 '경성학교:사라진 소녀들')

 

 

 

경성학교:사라진 소녀들

 

 

이 영화의 개봉시기는 2015년 6월18일. 미스터리, 드라마입니다. 외부와 단절된 경성의 한 기숙학교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죠. 어느 날부터인데 학생들 하나 둘 이상 증세를 보이다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 시작하고, 주란(박보영)은 사라진 소녀들을 목격하지만 아무도 그녀의 말을 믿어주지 않아요. 교장(엄지원)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우수학생 선발에만 힘쓸 뿐이죠. 학교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에 의문을 품은 주란이지만, 곧 주란에게도 사라진 소녀들과 동일한 이상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하는데요. 1938년, 일제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는 기록조차 될 수 없었던 미스터리를 다루고 있어요. 감독의 상상력으로 완성되었죠. 박보영, 엄지원, 박소담, 공예지, 주보비 등 여배우들이 등장하면서 긴장감을 높혀주죠. 의상과 장소적 배경을 활용하여 클래식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으나, 영상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갈색 빛이 나는 어두운 톤을 사용하였고, 사라진 소녀들의 비밀이 밝혀지는 과정을 그려가죠. 그리고 이후 등장한 영화가 바로 '독전'

 

 

사실 독전을 말하기 위해 주저리 주저리 떠들었죠.

 

 

열린 결말에 대한 충격. 그에 따른 해석이 무성하게 많아. 영화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회자되곤 합니다. 엔딩에 대한 해석도 다양하게 나뉘어 지면서 영화 전체를 돌아보게 되죠.

 

 

 

(출처: 네이버 영화 '독전')

 

 

 

총구는 누구를 향한 것일까?

 

 

눈 덮인 벌판 위 집 한 채, 원호(조진웅)와 락(류준열)이 만났죠. 탁자 위에는 총 한 자루가 남겨져 있고, 화면은 높은 곳에서 집 한 채를 잡고, 총성이 울리며 끝납니다. 그 총구의 방향이 어디를 향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역추적하여 상상해 보면 둘의 대화가 기억에 남죠. 원호는 락에게 '행복하냐'라고 물었죠. 이 질문이 나오기 전 형사인 '원호'를 바라보는 락은 아무런 감정도 없는 표정을 하고 있었죠. 여기까지만 보면 총구는 락을 향했을 가능성이 높죠. 방아쇠를 당긴 사람은 당연 원호일거니깐요. 하지만 조금 더 역추적해볼까요? 둘 사이에 공통적으로 존재했던 인물이 있는데 '이선생'. 형사인 원호는 마약범의 최종 보스인 이선생을 잡기 위해 락과 손을 잡죠. 이 과정에서 샘플로 나온 마약을 섭취하는 것도 서슴치 않으면서 독한 싸움을 이어가요.

 

 

 

(출처: 네이버 영화 '독전')

 

 

 

누구에게 총을 쐈을까?

 

1. 원호는 락을 쏴서 죽였다.

 

 

가장 보편적인 해석이죠. 이선생을 잡기 위해 락과 손을 잡았는데 결정적일 때 락은 이선생이 되었다는 그림으로 연결되니깐요. 특히 이선생을 자처한 브라이언(차승원)이 락에게 '이쯤되면 저는 서영락입니까? 아닙니까?"라는 말을 들으면서 깨닫게 되죠. 이 대사 하나로 락이 이선생이라는 것을 알 수 있고, 이로 인해 원호는 락을 쐬서 죽입니다.

 

 

 

2. 원호를 락이 쏴서 죽였다.

 

 

이 해석은 락이 이선생이기 때문에 자신을 찾으러 온 원호를 죽이는 거죠. 그런데 살짝 비꼬아서 보면 이선생의 정체가 명확하게 밝혀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원호가 이선생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죠. 락은 여섯 살 때 부모님과 함께 한국을 들어왔죠. 들어오는 과정도 마약류가 포함되어 있는 물류 컨테이너에 갇혀 한 달 간 보냈고, 이 과정에서 락의 부모님은 필로폰에 중독되어 죽어서 도착했어요. 이 과정을 눈으로 보며 한 달을 함께 보낸 여섯 살 락의 어린 시절은 마약을 유통하는 이선생에게 악한 감정이 있었겠죠. 그래서 이선생이라 칭하는 사람들을 사냥했어요. 이 과정에서 형사 원호를 만나게 되었는데 이선생 잡기에 열을 올리는 원호에게 믿음이 생겨요. 그를 이용하여 이선생이라 말하는 이들을 사냥하고, 최후의 순간 원호가 진실을 깨닫자 그를 죽이는 해석으로 접근해 볼 수 있죠.

 

 

 

3. 락은 자살을 선택했다.

 

 

개인적으로 이 해석은 내면을 보게 되는데 락은 자신의 존재를 모르는 무용의 인간으로 접근하게 됩니다. 락은 자신이 어떤 인간인지 모른 체 어렸을 적 마약에 중독되어 죽어가는 부모를 눈 앞에서 보게 되죠. 이로 인해 마약범에 대하여 증오심이 생기지만, 마약을 유통하는 조직원으로 활동하게 되었고, 이선생이라 칭하는 사람들을 사냥합니다. 영화가 끝나는 순간까지 이선생의 실체는 존재하지 않고, 마지막 순간 자신을 찾아온 원호로 인해 본인이 이선생이라는 것을 감지한 체 자살을 선택하는 거죠. 원호와 마주하는 순간 '넌 살면서 행복했던 적이 있냐'라고 묻는 원호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 체 미세하게 흔들리는 눈동자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4. 원호는 자살을 선택했다.

 

 

위 세 번째 가설과 반대의 과정을 생각해 보면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 이선생의 존재는 원호의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영화를 보는 동안 복선의 의미가 강하게 주입되었는데 진돗개의 존재가 이를 증명하죠. 마약 세계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고 있는 이선생이라는 존재는 마약 조직들을 소탕하기 위해 원호가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 어렸을 적 눈 앞에서 죽어가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며 마약에 대한 증오심으로 형사 원호를 돕게 되면서 마약범들을 소탕하죠. 원호는 락을 사냥개로 활용하고, 락 또한 원호를 이용하며 윈윈 전략을 세우는 거죠. 그런데 최후의 순간 원호는 락의 사냥개가 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스스로 최후를 맞이하는 것입니다.

 

 

 

(출처: 네이버 영화 '독전')

 

 

 

 

열린 결말의 해답은 관객에게 있다.

 

엔딩에 대한 해답은 사실 아무도 모르죠. 이것이 바로 열린 결말이 주는 영화의 매력.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셉션>에서 마지막 팽이가 돌아가는 모습은 과연 꿈이었을까 현실이었을까?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죠. <클로버 필드>의 경우 사람들을 혼란에 빠트렸던 괴물이 모습은 등장하지 않고, 괴성만 질러요.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괴물이 모습이 등장하면서 궁금증을 던져 줍니다. 할리우드 영화 뿐 아니라 한국 영화에서도 열린 결말은 빈번하게 등장하는데요. <살인의 기억법>에서 진짜 살인범의 정체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관객들에게 던져 주고, 봉준호 감독의 <마더> 역시 도준으로부터 자기가 아들을 죽이려 했던 기억에 대해 듣고 괴로워 하죠. 갈대 밭에서 미친 듯이 춤을 추는 엄마 김혜자의 오프닝과 엔딩은 치밀하고, 섬세함을 더하면서 작품을 완성하였죠. 영화 <독전>역시 관객에게 결말을 맡긴 체 2018년 개봉된 한국 영화 중 가장 회자되는 영화로 남고 있는데요. 흥미로운 상상을 불러 일으키며 결말을 낸 한국 영화 <독전> 혼돈의 엔딩. 이선생의 정체도 추론해보세요.

 

 

 

(출처: 네이버 영화 '독전')

 

 

 

총성의 정체가 밝혀진다! 확장판의 결말

 

 

사실 확장판이 나오기 전까지 의견은 분분하게 갈리죠. 총성이 울린 후 얼굴에 피가 튄 원호가 허탈한 표정으로 집 밝으로 나오는 걸로 끝이 나기 때문에 결말에 대한 해석은 나온 상태입니다. 제일 처음 생각했던 것처럼 결말은 원호가 락을 쏴서 죽였을 가능성이 높을 것입니다. 마약범의 우두머리인 이선생을 잡기 위해 살았던 원호의 인생. 그게 락이었다는 사실이 원호에게는 아마도 허무함으로 다가왔을텐데요. 확장판에도 명확하게 등장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이선생이었을 것입니다. 이선생.... 원호가 최후로 락에게 총을 쏘고, 목표를 달성했다고 생각되지만, 이선생은 락의 죽음에서도 나타나지 않았죠. 누구나 상상은 결론에 이르고 있지만, 결론은 또 다른 결론을 만들기에 여러분의 상상력을 더해 보셔도 좋을 듯하네요. 그럼 이만!